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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께/노래하듯이

기억 그리고 다짐

올릴까 말까 고민한 글. 


하느님, 제게 은총의 여정을 건네주셔서 감사드려요.  그곳에서 어떤 경험을 하든지 주님의 손길이라는 것을 믿고, 길 위에서 만난 모든 것에 하느님의 사랑을 깨닫는 안전한 여정이 될 수 있기를... 우리 주 예수님을 통해 기도드립니다.

- 포르투갈을 계획한 수첩 맨 앞쪽에 하느님께 드리는 기도를 적었다.


다시 Cristo Rei로 향한 것은 주님께 나의 마음을 고백하기 위해서였다. :-)

그리고 이렇게 고백하기까지 중간에 항상 성모님이 계셨다. 장미 빛이 가득한 성전에서 파티마 어머니의 얼굴과 발아래에 놓인 꽃을 바라보며 고마움과 묵주를 잡고 생각했다. 어렵고, 흔들리는 일이 있겠지만 이곳 대성당이 대지진에도 살아남은 견고함처럼 묵주를 손과 마음에서 놓을 일은 없을 거라는 것. 파티마에서부터 (넓게 한국에서부터) 리스본까지 모든 여정의 이끄심을 느낄 수 있었고, 곁에서 보호해 주셨다.  

어머니를 따라가는 동안 아팠고, 좋으신, 사랑이신 예수님

삼위일체 하느님을 만났다.

 

파티마 어머니를 뵌 건 이번 처음이 아니다.  2017년 5월 13일, 레지오 마리애 도입 60주년을 준비하는 행사로 청년 레지오 도보 성지 순례를 단원들과 함께 참가했다.(단내에서 어농성지 까지)  그리고 17년은 어머니 발현 100주년이었고,  5월 13일은 첫 번째로 발현하신 날이다. 어농성지에 도착하고 신부님께서 신앙 선조들 얘기와 함께 잠깐 말씀하셨었다. 단원들과 단톡으로 잠깐 나누기도 했다. 그렇게 3년의 시간이 흘러서 어렴풋한 기억(?)으로 될 쯤에 요한 신부님의 연락을 받은 것과 어느 순간 비행기를 끊고 ㅇ_ㅇ! 파티마에 가게 되었다. 

 

그리스도 기념비가 세워진 곳에 대해서 생각했다. 전망대에서 리스본을 바라보며 예수님께서 건네주시는 시선은 뭘까. 

 

길진 않지만 살아오면서 사람 각 자마다 건네주시는 신앙의 삶과 속도가 있고, 마주치는 것들에 대해 다른 뜻이 있을 수 있다는 걸 배웠다. 늘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보호해주는 큰 사랑의 품이었다는 것,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었다는 걸 4년이 돼서야 깨달았고, 단순하고 작은 차이였다는 걸 알게 됐었다.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게 있고, 진심을 전하는 과정에서 실수와 다르게 받아들여지는 것도. 여전히 어렵다... 그럼에도 사랑하고, 노력하고, 이 모든 것들을 주님과 함께 바라보는 연습이 필요하다는 것.  

 

여러 언덕을 걷고, 강 건너 부유함과 영광이 깃든 장소, 그리고 불과 몇 정거장 차이 안나는 곳엔 친근하다가도 한편으론 쓰러질 듯한 오래된 건물에서의 삶,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삶이 내가 살고 누리고 있는 것들에 대해서 돌아보게 해 줬다. 

알마다는 지금 예수님과 함께 있는 나를 의미하는 것 같다. 힘들고, 어렵고, 지루하기도 한 소소한 일상이지만 소중히 여기는 마음과 도와주며 함께 나누어야 할 분들이 가까이 곁에 있고, 예수님께서는 이곳에서부터 더 넓게 구분 없이 모든 것들을 안고 계시는구나.  

하느님 보시기에 아름답지 않은 건 없구나.

아프게 해 드렸던 나의 잘못을 인정하고, 그럼에도 부족한 나 자체를 안아주시는 좋으신 분이라는 것과 모두가 하느님의 사랑과 존중을 받는 신앙 공동체이고, 함께 평화의 길로 부르신다는 것을 포르투갈 여정과 인연들을 통해 그분의 손길로 깨닫게 해 주셨다.  늘 동행하시는 최고의 벗. :-)

 

쑥스럽지만 닮고 싶고, 혹은 나를 생각하면, 나타내고 싶은 꽃을 하나 정하고 싶었다. 그동안 시간들 들여서 좀... 찾아왔다. ^^; 

 

하얀 장미 (White Rose)

꽃말은 순수한 사랑, 빛의 꽃, 순결, 새로운 시작. 

 

의미가 너무 깨끗해서 나랑은 맞지 않나... 다른 걸 찾아볼까? (이게 뭐라고) 하다가 결국엔 다시 하얀 장미로 돌아왔다. 작년에  이곳(블로그, 프로필 사진)에도 잠깐 언급했었는데 한 해를 다짐하며 이 마음으로 걸어가고 싶었고, 성탄 판공을 보러 명동성당 상설 고해소에 갔다가 하얗게 물든 장미 정원을 보며 기분이 좋았더랬다. (해마다 성탄 시기에 열리긴 하지만 ^^;... 작년 처음 봤다.)

나의 세례명 Agnes는 순결한 자를 뜻한다. 장미 울타리와 함께 설명한 어린양을 품고 있는 (가장 좋아하는) 아녜스 상본처럼 온전한 자신의 모습 그대로 아름다운 마음의 정원으로 가꾸고 싶었다. 

하얀 장미를 더... 떠오르게 된 건 19**년 5월 31일,  성모성월에 하얀 드레스를 입고 장미를 가슴에 달았었다. 내 안의 처음으로 다가와 주셨던, 세례를 받고 예수님의 몸을 모신 첫영성체 날이다. 사랑한다는 말은 성가를 부르며 설레고 행복한, 아주 소중한 추억으로 기억된 그때의 마음을 잊지 않기 위해서다.

2016년에는 초등부 첫영성체반을 보조 교사로 봉사하게 됐었다. 밀떡 형상으로 다가오신 예수님의 깨끗한 마음, 첫영성체의 하얀 기쁨을 기억하길 바라는 마음과 한 송이 한 송이 내게 다가와서 꽃다발을 안겨 주었던 너무나도 예뻤던 담당 반 친구들에게 고맙고, 축하해 주고 싶어서 화이트 장미 초콜릿을 직접 만들어서 선물로 줬었다. (비누인 줄 알고 화장실에 뒀다고 한 아이도 있었다.ㅎㅎㅎ참말로... 귀엽다.)   

 

주님께로 향하는 마음을 주신 것과 발견하게 해 주셔서 감사했다.  

십자가 아래, 파티마 어머니 발아래에 놓여있던 꽃을 보며, 그리고 하얀 장미 한 송이가 놓인 그리스도 기념비 성전 감실 앞에서 얘기드렸다. 하느님의 사랑을 받는 그리스도인으로 수수한 향기를 전하는, 부족하지만 건네주시는 깨끗한 진심에 소박한 장미 한 송이 드릴 수 있는 기도하고 사랑하는 사람.   

그렇게... 서로가 함께 빛이신 주님께로 걸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2017년 5월 13일 수원교구 청년 레지오 도보 성지 순례 / 부활 초 옆에 보이는 파티마 어머니 / 짧게 걸어서 이번에 많이 걸었나... ^^a
16년도에 첫영성체반 친구들에게 주었던 선물, 역시 사진은 떼샷
프로필 / 나의 기도대 (작년 사진) 성모영보 액자는 어릴적 첫영성체 때 받은 선물이다. / 영상에 썼던 사진, 뒤에는 우리 성당 -  장미꽃 참 여기저기 썼다.^^;

 

 

 

Criso Rei 감실에 놓인 장미 한 송이 / 작년에 갔던 명동성당
레지오 교본 중 좋아하는 구절

 

 

 

앞 모습도 좋지만 뒷 모습의 든든한 어깨도 참 좋았다. :-)
어둠과 죽음의 그늘에 앉아 있는 이들을 비추시고, 우리 발을 평화의 길로 이끌어 주실 것이다. (루카 1,79)

 

 

 

"인간이 무엇이기에 이토록 기억해 주십니까? 사람이 무엇 이기에 이토록 돌보아 주십니까? "

(시편 8,5)

"하느님은 사랑이시기 때문입니다. "  (1 요한 4, 8)

 

 

 

 

아! 하얀 장미 한 송이는 이런 뜻도 가지고 있단다. (도대체 꽃말이 몇 가지? ^^ 봉오리도 있던데... )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고마운 인연들, 꼭 다시 만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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