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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께/노래하듯이

2020년 주님 봉헌 축일

2020.2. 2. 주님 봉헌 축일.

St luca 성당, 영원한 도움의 성모 Pr. 제 257차 주회합.

 

레지오 꽃을 사고, 성당에 도착해 본당을 보니 안심이 됐다. 가장 좋아하는 야고보 동산. 무사히 잘 다녀왔다고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사무실에서 2월 매일 미사 책을 샀다. 어플이 편해서 책에서 멀어졌었는데, 일주일 동안 포르투갈에 있으면서 파티마에서 묵주 기도를 드릴 때, 미사에 참례할 때, 특히 주보를 보면서 한국어의 소중함을 다시 느꼈다.

한국어가 좋다. (그러나 맞춤법 자주 틀림) 한 달 전 블로그 닉네임을 영문에서 한글로 바꾼 건, 한글의 아녜스가 마음에 들고 좋아서이다. 주변 분들에게 아녯이라고 귀엽게(?) 얘기 드릴 때도 있다. 전에는 국립국어원에 들어가서 단어나, 맞춤법 공부를 하곤 했는데, 안 하다 보니 말하고 싶은 표현이 생각이 잘 안 나고 맞춤법도 자꾸 틀린다. 그래서 올해는! 다시 책과 사전을 좀 더 읽고 찾아보기로 했다. :-)

책을 챙긴 다음 성전에 올라와 조금 떨리지만 걸음이 향한 곳은 고해소이다. 전날 오후 성사에 임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아프게 해 드린 것과 그런 나를 인정하고 바라볼 수 있게 해 주심에 감사를 드렸다.

제로니무스 수도원 성당 주일 미사때 받은 주보, 미사 통상문/ 2월 매일미사 책

 

 

미사를 참례하고 잠시 기도를 드린 다음 또 향한 곳은 주일 마다 가는 작고 소박한 공간. 우리 레지오 회합실.

오늘은 레지오의 예비 단원이었던 폴리세나가 드디어 정단원으로 선서를 한 날이다. :-D  

미리 예정을 한 날은 아니었다. 계속 미루고 있었다. 선서를 하기까지 폴리세나와 2개월 넘게 계속 얘기를 나누었다. 그 이유는 선서를 하기 꺼려했기 때문이다. 이유에 대해서 이곳(블로그)에 꺼낼 순 없지만 묵주 기도 시간이 지나고 불쑥 폴리세나에게 "부탁이 있는데 혹시 오늘 선서식 하는 거 괜찮겠어?" 라고 물었더니 흔쾌히 "네~ 할게요. "라고 대답해 주었다.(이때 좀 놀람.)

 

성모님과 보라색 장미/ 파티마 하늘/ 폴리세나 선서식

 

묵주 기도를 시작할 때 파티마가 생각이 났다. 오늘 장미와 성모님 옷 색깔이 파티마의 하늘과 닮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미소가 지어졌다. (단원들이 옆에 있었으므로 울컥하진 않았다.ㅎ) 내가 가장 좋아하는 색깔의 조합이기도 하다. 보라색과 하늘색. 

플로리스트 분이 보라색 장미 꽃을 골라 주실 때부터 기분이 좋았다. 보라색 장미는 존경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존경 : 남의 인격, 사상, 행위 따위를 받들어 공경함.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이곳 꽃집과의 인연도 6년째이다. 주일 레지오 꽃이 아니더라도 꽃이 그리운 날에 , 또 다른 날에 찾아가서 꽃을 산 적도 있다. 어머니와 딸이 운영하시고, 두 분 다 손재주가 참 좋으시다.  언젠가 이분들과의 인연도 기록하는 날이 올 것 같다. 

 

레지오 백실리움 뱃지를 파티마에 가져갔었다. 발현 경당에서 미사 후 신부님께 안나 수녀님이 주신 십자가와 함께 축복을 받았었다. 이 축복받은 뱃지를 오늘 선서식을 한 폴리세나에게 주었다. 선서문을 쭉 읽어 내려가는 모습을 보니 다행이었다.  그리고 고민했던 시간들에 대해서도 고마웠다. 그동안 혼자만의 시간에 갇히지 않고, 내가 했던 말이 불편했을 수도 있는데 피하지 않고, 계속 얘기를 나눠준 것과 성모님의 부르심에 같이 응답해주어서. 나도 오랜만에 읽었는데 내용이 마음을 쿵쿵 두드렸다.  

이렇게 또 한 발짝 내딛는 친구를 보니 나에게도 좋은 영향을 주었다. 바라는 방향이기도 하다. 늦더라도 혼자 가는 게 아니라 같은 곳을 바라보면서 기다리고, 또 기다리는 사람을 보며 함께 가는 것.

 

 

집에 와서 잠들기 전에 폴리세나에게 사진과 축하 문자를 한 번 더 보내고, 좋은 날이지만 들뜸을 가라 앉혔다. 선서문을 한 번 더 읽었다. 오늘 바오로 딸 성경 통독(올해도 진행 중)의 말씀과 주일 복음이 같았고, 선서문에 담긴 파티마의 메시지를 보며 쿵쿵 두드렸던 마음에 대해서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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