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 - 시와 글, 책, 영상 (33) 썸네일형 리스트형 하얀 장미 한 송이 나의 손은 / 몸 가눌 곳으로 향하고 그리고 발견한다네. / 그리고 발견한다네. / 오직 장미 한 송이가 지지대인 것을.- 힐데도민 사랑한 건 얼룩을 남긴다. 오래도록 이제 조금 블로그에 남길 여력이 된 건가.올해 여름은 유독 길게 느껴졌다. 500차까지 감정을 다 덜어내고 싶었던 건 사랑만 남겨두고 싶어서였다. 9월 막바지에 매일미사를 묵상하며 사랑에 관한 말씀을 듣게 돼서 좀 더 힘을 냈다. 모든 날에 다 성실했다고 할 수 없었지만, 10년이 될 무렵 아, 나 그래도 성실한 사람이구나 라고 떠올랐던 건 그분께서 성실하시기에 오늘,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두 달 여름을 보내며 (사실 요즘도) 표정이 없는 나에게, 몇 안되는... 뭔가 말하기 어려운 오롯이 순수한, 유일하게 진솔된 눈물샘을 톡톡 건드려 주었다. 콘서트에 갔던 지난 9월 22일, 아 이제 이 오랜 여름이 지나가고 가을을 맞이하는구나 라고 마음속으로 속삭였다. 숨을 쉬기 조차 힘든 더위는 이제 서늘.. 누가 보아주지 않아도 - 박노해 누가 보아주지 않아도 알려지지 않았다고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드러나지 않는다고위대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누가 보아주지 않아도밤하늘에 별은 뜨고계절 따라 꽃은 피고 누가 보아주지 않아도나는 나의 일을 한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나는 나의 길을 간다 박노해, 너의 하늘을 보아 끝까지 갈 수 있는 길인지 늘 성찰하고제멋대로 고집이 아닌 하느님 안에서 달과 6펜스 ( The Moon and Sixpence) 스트릭랜드의 그림을 향한 브뤼노 선장의 공감이 와닿았다. 개인적으로 혐오나 경멸이라는 단어를 부정적으로 생각해서 쓰지 않으려하는데 스트릭랜드가 그토록 고뇌하고, 마음의 눈으로 보게된 것, 죽기 전 마침내 오두막 벽에 완성한 그림을 바라보면서 느낀 경멸감이란 무엇일까? 마지막 장 구절에서 특히 로버트의 성경 구절을 듣고 화자가 떠올린 생각 ⎯아타가 낳은 스트릭랜드의 아들⎯과 덧붙였던 글⎯ 성경의 한 구절이 떠올랐지만 나는 그만 입을 다물고 말았다. 속인들이 자기네의 영역을 침입하면 성직자들은 불경스럽게 여긴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308p)⎯ 이 두가지가 너무나 궁금한데 아직 잘 모르겠다. 스트릭랜드가 40살이 되었을 때 그림을 시작했듯이, 삶을 좀 더 겪고 이 나이가 되었을 때 다시 책을 읽어 .. P 통독 모임 - 고독과 순결의 노래 (The Green Years) 구글 meet을 통해 소그룹으로 C 수녀님, 자매님들과 같이 한 페이지씩 소리 내어 읽었다. 로버트와 가우 할아버지, 가빈과의 우정에 함께 웃고, 울었다. 가족들, 이외에 나오는 인물들의 묘사가 재미있었다. p.81“문제는 네가 그것을 해낼 생각이 있느냐 없느냐에 달려있다.” “할 거예요, 꼭 할 거예요.”나는 정신없이 소리 질렀다. 악몽 같았던 지난 며칠을 떠올리니 할아버지의 말은 그대로 곧 구원이었다 이것을 놓쳐서는 안 된다!p.159 ~160“장하다, 우리 로비!”이런 말을 하면 지금 네 머리로서는 무리일 테지만, 만일에 네가 녹스힐 교회에 나가게 된다면 나는 바로 너와 의절해 버리겠다.”p.189“할아버지, 난 예수님이 아주 좋아요! 그렇지만 잊지 마세요, 할아버지도 좋아한다는 걸!”p. 24.. P온라인 독서모임 13기 (2) - 탐욕 탐욕 지은이 : 안셀름 그륀 황미희 옮김 타지 생활을 하며 비교하던 마음이 서서히 다시 올라왔다. 비교에서 오는 질투가 없었다면 거짓말이고, 나 자신에게 유혹과 핑곗거리를 주었다. 한계를 가진 사람이기 때문에 모든 것을 다 할 수 없듯이, 너무 많은 것을 잡고 있다 보면 놓지도 못하고 어느 것이 더 중요한지 알 수 없다. 나의 과정을 소중히 여기고,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작은 기쁨과 성실함을 알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매 순간 성찰과 온전히 자신을 알고 살아간다는 것이 쉽지 않음을 느낀다. 삶과 죽음이 하나이듯, 올해 나의 계획은 가벼워지는 거다. 지금도 계속 진행 중이고 나를 무겁게 하는 것을 예수님께 내어놓고 대화하는 시간이었다. 모든 것이 흘러가도록 내버려 두는 마음 비우기 연습. 연초 A수녀.. P온라인 독서모임 13기 (1) - 사순절에 읽는 토빗 이야기 사순절에 읽는 토빗 이야기 (천사와 함께 걷는 희망의 길) 지은이 : 안드레아 슈바르츠 현대일 옮김 몇 년 전 엘리야와 함께 걷는 40일을 읽고, 이 책을 장바구니에 담아만 두었다가 이번 독서모임을 통해서 읽게 됐다. 앞에 책은 직장을 옮기기 전 불안하고 지친 상태로 책을 만났다면, 토빗 이야기는 번아웃 상황에 만났다. 연초부터 나의 주변을 정리하며, 그동안의 사회생활을 돌아보고 있다. 나를 잃어버린게 뭔지, 이곳에서 뭘 더 할 수 있을까, 인연을 통해서 배려와 길을 걷게 해 주심에 감사하며 부담스럽다는 이유로 벽을 세우려는 모습도 인정했다. 너무 가라앉고, 무력감으로 힘들었는데 어쩌면 번아웃은 진정한 겸손을 배우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었다. 내려놓고, 지켜야 할 것. 남아있는 종양의 의미가 무엇이든,.. 이전 1 2 3 4 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