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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 - 시와 글, 책, 영상

달과 6펜스 ( The Moon and Sixpence)

 

 

스트릭랜드의 그림을 향한 브뤼노 선장의 공감이 와닿았다. 개인적으로 혐오나 경멸이라는 단어를 부정적으로 생각해서 쓰지 않으려하는데 스트릭랜드가 그토록 고뇌하고, 마음의 눈으로 보게된 것, 죽기 전 마침내 오두막 벽에 완성한 그림을 바라보면서 느낀 경멸감이란 무엇일까?  

마지막 장 구절에서 특히 로버트의 성경 구절을 듣고 화자가 떠올린  생각 ⎯아타가 낳은 스트릭랜드의 아들⎯과 덧붙였던 글⎯ 성경의 한 구절이 떠올랐지만 나는 그만 입을 다물고 말았다. 속인들이 자기네의 영역을 침입하면 성직자들은 불경스럽게 여긴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308p)⎯  이 두가지가 너무나 궁금한데 아직 잘 모르겠다. 스트릭랜드가 40살이 되었을 때 그림을 시작했듯이, 삶을 좀 더 겪고 이 나이가 되었을 때 다시 책을 읽어 보기로 했다. 

 

달과 6펜스 사이에서 세속적이고 인습적(6펜스)인 현실에 대한 비판과 사람들을 표현한 심리가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빈곤과 병을, 고통을 삶의 자연스러운 일부로 받아들이며 목숨 또한 중요치 않는,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한 주인공의 태도에 놀라고 또 놀랐다. 그가 정말 이기적이고 비열한 인간인가에 대해서도 계속 궁금했는데 아타의 사랑에 대한 그의 눈물이 의문을 해결해 주었다. 

 

첫 장과 마지막 장의 내용이 책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로 전체적인 감상으로 마무리 한다.

위대성이라 해서 때를 잘 만난 정치가나 성공한 군인을 수식하는, 그런 위대성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 위대성은 그 사람의 지위에서 나오는 어떤 것이지 사람 자체가 가지는 특질이라고는 할 수 없다. 상황이 변하면 위대성에 대한 평가도 사뭇 달라지게 마련이다. 수상도 그 직을 떠나면 고작 잘난 척하는 말재주꾼이었던 게 아닌가 여겨질 때가 많고, 장군도 부하를 잃으면 저잣거리의 보잘것없는 얘기 주인공으로 떨어지고 만다. 거기에 비하면 찰스 스트릭랜드의 위대성은 진짜였다.
(중략)
이제 그를 변호한다고 해서 괴짜로 취급당하거나 그를 찬양한다고 해서 편벽한  사람으로 취급당하지 않는다. 그의 결점은 장점을 보완하는 데 필요한 것이었음을 이제 누구나 인정하고 있다. p 7~8

 

하느님의 연자매는 느리게 돌지만 가루는 아주 곱지요 p.307

 

꿈을 위해 가족을 버린 전부인과 가족들에게 고인이(스트릭랜드) 어떠한 죽음을 맞이하고 지냈는지 화자가 전하고 난 후 아들이(로버트) 답한 말이다. 가정을 떠났을 때 미워하고 저주를 퍼붓다가 남편이 천재로 알려지자 그의 아내였음을 아내는 자랑했다. 그의 비정상적인 삶이, 문둥병으로 인한 비참한 죽음이 윤리적이니 못한 죄에 대한 벌로, 대가로 봐야하는 건가? 

 

자신을 사로잡은 혼(달)을 실현해 내기 위해 인내와 노력의 시간들, 남들의 인정이나 눈치가 아니라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걷고

느리더라도 하느님의 섭리는 반드시 이루어진다. 그러한 정성은 좋은 것을 만들어낸다. 사람의 인격에 대한 판단은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볼수 있으며 하느님께 맡기는 것이다.

아름다움이란 말의 진정한 가치에 대해서도... 예술(창조)에 대한 고뇌, 자의식이 없으며 자유롭다. 

나에게는 하느님께서 보시니 좋았다라는 말과 같다고 여겨졌다. 

 

 


 

책갈피

 

p. 191

사람들은 아름다움이라는 말을 너무 가볍게 사용한다. 말에 대한 감각이 없어 말을 너무 쉽게 사용함으로써 그 말의 힘을 잃어버리고 있다. 별것 아닌 것들을 기술하면서 온갖 것에 그 말을 갖다 쓰기 때문에 그 이름에 값하는 진정한 대상은 위엄을 상실하고 만다.

 

p. 206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상대방에 대한 나의 의견을 상대방이 얼마나 존중해 주느냐에 따라 상대방에게 미치는 나의 힘을 측정하는 경향이 있다. 자신의 힘이 미치지 못하는 사람들은 싫어한다. 그처럼 사람의 자존심에 아픈 상처를 주는 것은 없을 테니까. 

 

p. 217

그는 그 힘든 과정의 비밀을 아무에게도 드러내지 않았다. 비록 그가 외로운 화실에서 야곱처럼 천사와 맞붙어 필사적인 싸움을 벌였다 해도 그는 아무에게도 자신의 고뇌를 내보이지 않았다.

 

p. 259

다른 길의 삶에서 더욱 강렬한 의미를 발견하고, 반 시간의 숙고 끝에 출세가 보장된 길을 내동댕이치자면 아무래도 적지않은 인격이 필요했을 것이다. 게다가 그 갑작스러운 결정을 후회하지 않으려면 더더욱 큰 인격이 필요할 것이다.

 

p.276

스트릭랜드를 사로잡은 열정은 미를 창조하려는 열정이었습니다. 그 때문에 마음이 한시도 평안하지 않았지요 그 열정이 그 사람을 이리저리 휘몰고 다녔으니까요. 그게 그를 신령한 향수(鄕首)에 사로잡힌 영원한 순례자로 만들었다고나 할까요. 그의 마음속에 들어선 마귀는 무자비했어요. 세상엔 진리를 얻으려는 욕망이 지나치게 강한 사람들이 있잖습니까. 그런 사람들은 진리를 갈구하는 나머지 자기가 선 세계의 기반마저 부숴버리려고 해요. 스트릭랜드가 그런 사람이었지요. 진리 대신 미를 추구했지만요. 그 친구에게는 동정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어요.

 

 

p. 275

세상은 이상한 짓을 하는 이상한 사람들로 가득 찼다는 것, 사람은 자기 바라는 대로 되는 게 아니라 생겨먹은 대로 된다는 것을 그 사람들은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그는 영국이나 프랑스에서는 둥근 구멍에 모난 못이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곳에는 별의별 구멍이 다 있어, 제 구멍을 찾지 못하는 못은 없었다. 여기서라고 해서 그가 더 점잖아졌다거나, 이기적인 성격과 무지막지한 성질이 더 줄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다만 환경이 그에게 유리해졌을 뿐이다. 이런 환경에서만 살았더라면 그도 다른 사람보다 더 고약한 사람으로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이곳에 와서야 그는 고향 사람들에게서는 기대도 하지 않고 바라지도 않았던 것, 곧 동정을 얻었다. 

 

p.279

어떤 일을 시도해서 그걸 성취하는 사람은 많지 않죠. 우리 생활은 소박하고 순진합니다. 야심에 물들 일도 없고, 자부심을 가진다고 해봐야 그건 우리 손으로 해낸 일을 바라보면서 느끼는 그런 자부심뿐이고요. 악의를 가질 일도 없고, 부러움으로 속상해 할 일도 없어요. 아 정말이지, 선생, 사람들이 신성한 노동이다 뭐다 하는데 그건 헛말이에요. 하지만 내게는 그게 아주 절실한 의미를 가진 말입니다. 나는 행복한 사람이에요.

(......)

⌜모르긴 몰라도 그런 생활을 하면서 그처럼 대단한 성공을 거두게 되었다면, 두 분 모두가 의지도 강하고 성격도 굳세었어야 했겠군요⌟

⌜그랬겠죠. 하지만 한 가지 요소가 더 없었더라면 우린 아무것도 이뤄내지 못했을 겁니다⌟

⌜그게 뭔데요?⌟

 

그는 얼마간 극적으로 말을 멈춘 다음, 팔을 앞으로 내뻗으며 말했다.

 

⌜신을 믿는 마음 ⎯ 그게 없었더라면 우리는 실패했을 거예요⌟

 

p. 289

사람이란게 늘 그렇지 않습니까. 두려움을 느끼면 잔인해지죠......

 

p.299

스트릭랜드 본인도 그게 걸작인 줄 알았을 겁니다. 자기가 바랐던 걸 이룬 셈이죠. 자기 삶이 완성된 거예요. 하나의 세계를 창조했고, 그것을 바라보니 마음에 들었어요. 그런 다음 자부심과 함께 경멸감을 느끼면서 그걸 파괴해 버린 거죠.

 

 

p.317

그리하여 그는 눈까지 멀게 되지만 그의 영혼의 눈은 오히려 더 밝아지는 것이다. 문둥병으로 그는 육체를 상실하는 대신 오히려 낙원의 비전을 보는 정신의 눈을 얻는다. 그가 죽기 전에 오두막에 그린 그림은 인간이 볼 수 없는 어떤 거룩한 것을 그가  보았고 그것을 인간의 매체로 표현해 내는 데 성공했음을 암시해 준다. 문둥병을 통해 그의 삶은 더 의미있게 고양되고 완성되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