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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 - 시와 글, 책, 영상

다산의 철학

 

 

p.5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산이 '나'를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는 것이다. 다산은 어떤 상황에서든 세상에 휩쓸리지 않았고,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수양하며 '나'를 지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
다산에게 나를 지키는 방법은, 신념을 가지고 현실을 살며, 생각을 크게 가지고, 생각에 그치지 말고 행동하며, 주변을 신경 쓰는 일이었다.

p.35
약횡은 다산과 같은 아버지에게서 태어났지만 계급이 달랐다. 형제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출발선'에 선 것이다. 그러나 다산은 '출발선'보다 '도착점'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어디서 출발하든 스스로 노력을 놓지 않는 다면 '성인聖人'이라는 종착지에 도착할 수 있다고 믿었기에 약횡이 스스로 함부로 대하지 않기를 바랐다.

p.42
시 하나를 쓰더라도 사람을 생각하고 세상이 이롭게 되도록 노력하라 이른 다산은 조선이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이 되기를 바랐다. 그래서 학문이 글짓기에 능통한 사람들만 즐기는 유희가 아니라, 모든 사람이 실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유용한 것이어야 한다고 외쳤다. 그는 목민관이 백성의 마음을 헤아려 그들의 불편함을 덜어내길 바랐고, 세금을 개혁해 백성들이 조금 더 편히 살아가길 바랐다. 또 어느 한 사람의 생명이 무참히 짓밟히지 않는 세상을 꿈꿨다. 그래서 목민관의 행정지침서인 《목민심서》, 국가 경영서인 《경제유표》, 형법서인 《흠흠신서》를 써 조선을 더 이롭게 하고자 노력했던 것이다.

p.77
화를 당하고 복을 받는 이치에 대해서는 옛사람들도 의심해 온지 오래되었다. 충과 효를 행한 사람이라 하여 반드시 화를 면하는 것도 아니고, 선을 모르고 방탕하게 산 자라 하여 반드시 복을 누리지 못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선을 행하는 것이 복을 받는 길이 되므로 군자는 열심히 선을 행할 뿐이다. - 세상의 변화를 읽는 능력, 두 아들에게 보여주는 가계

p.94
독서는 먼저 바탕을 세우는 것이 필수이다. 바탕이란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학문에 뜻을 두지 않으면 독서를 제대로 할 수 없는데, 학문에 뜻을 두려면 먼저 바탕을 세우는 것이 필수이다. 그렇다면 바탕이란 무엇을 말하는가? 효와 제가 바로 그것이다. - 새로운 삶을 열어주는 독서의 힘, 두 아들에게 부침

p.106
칭송은 나를 괴롭게 하는 데서 생겨나고, 비방은 나를 즐겁게 하는 데서 생겨나는 것이다. 너희들은 반드시 깊이 명심하여 잠시도 잊지 말도록 하거라. -배움을 통하여 확장하는 세계, 초당 제자들에게 주는 글.

p.127
누구나 평온한 삶을 원한다. 아무 일 없이 평탄하게 흘러가기를 바란다. 그래서 불의를 봐도 눈 감고, 누군가 '저기 악이 있다'고 외쳐도 귀를 틀어막는다. 나는 못 봤다고, 나는 못 들었다고. 그러나 세상은 눈을 크게 뜨고, 귀를 활짝 여는 사람들 덕분에 한 발씩 앞으로 나간다.

 

p.144

옛날 선왕들은 사람을 쓰는 데 지혜가 있었다. 소경은 음악을 살피게 하였고, 절름발이는 대궐문을 지키게 하였으며, 환관들은 궁중에 출입하게 하였고, 척추 장애인, 불치병이 있는자, 몸이 불편한 자들과 같은 무리들까지도 각각 적당한 일을 하게 하였으니, 이것은 깊이 생각해 봐야 할 최고의 주제이다. - 존재의 의미를 발견하는 법, 학유가 떠날 때 노자 삼아 준 가계 

p.154
내가 살아서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도 천명이고, 내가 살아서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는 것도 천명이다. 그러나 사람으로서 해야 할 도리를 제대로 하지 않고서 그저 천명만 기다리는 것은 진정 옳은 이치가 아니다. 나는 사람으로서 해야 할 도리를 이미 다하였다. 사람으로서 해야 할 도리를 이미 다하였으나 결국 돌아가지 못한다면 이 역시 천명일뿐이다. -누구나 자신의 답을 가지고 있다, 연아에게 답함

p.159
우리는 때때로 조언과 충고라는 미명 아래 이런 폭력을 휘두른다. '당신을 생각해서 하는 말'이라며 나의 생각을 강요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조언과 강요는 어떻게 다를까? 조언은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려는 행동이고, 강요는 내 생각대로 그가 움직이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상대방에 나에게 도움을 청했는가?'를 따져 보는 일이다.

p.161
"배우는 사람에게는 세 가지 커다란 문제점이 있지, 그런데 너에겐 이런 것들이 없구나. 첫째, 빨리 외우는 능력이 있는 사람들은 대충대충 익히는 문제가 있다. 둘째, 글을 아주 날카롭게 잘 짓는 능력이 있는 사람들은 내용이 얕고 가볍다는 문제가 있지. 셋째, 이해력이 아주 뛰어난 사람들은 깊게 파고들지 않아 아는것이 아주 거칠다는 문제가 있고.

끝이 둔한데 뚫어내면 그 구멍이 넓고, 막혔다가 터지면 그 흐름이 성대하며, 잘 들어맞지 않아 어근버근한 것을 갈아 내면 그 빛이 윤택하다. 그렇다면 뚫는 것은 어떻게 해야 할까? 부지런히 해야 한다. 터뜨리는 것은 어떻게 해야 할까? 부지런히 해야 한다. 가는 것은 어떻게 해야 할까? 부지런히 해야 한다. 부지런한 것은 어떻게 해야 할까? 마음을 확고하게 다잡아야 한다." - 날마다 부지런하게, 황상에게 주는 글

 

P.177~178
거듭 당부하는 것은 말을 삼가라는 것이다. 전체가 모두 완전하더라도 구멍 하나만 새면 이는 깨진 옹기일 뿐이요, 백 마디가 모두 신뢰할 만하더라도 거짓말 한 마디면 이는 더이상 사람 말로 받아들여지지 않으니 너희들은 절대주의하도록 하거라. 허풍 떠는 자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신뢰하지 않는 법이 없으니 가난하고 천한 사람일수록 더욱 말을 아껴야 한다. - 거짓말의 위험성, 또 두 아들에게 보여주는 가계 

(...)

다산에게 공부란 '사람이 되는 것'이었고, 사람이 되기 위해 지켜야 할 첫 계명 같은 것이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것이었다.

p.183
편지 한 장을 쓸 때마다 반드시 두세 번씩 살펴보면서 간절한 마음으로 점검하기를, - 흔적에도 품격을 남겨야 한다, 학유가 떠날 때 노자 삼아 준 가계

p.191
너희들은 이 점을 알아서 우선 연구에 공들이는 것은 조금 늦추더라도 먼저 삼가고 단정한 자세를 갖추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우뚝한 철산처럼 정좌하는 것을 익히고 사람을 대하고 사물을 접할 때 반드시 기상을 점검하여 자기의 본령本領을 세울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을 깨달은 연후에 점점 저술에 마음을 두어가도록 하거라. -생각과 행동을 일치시키는 법, 두 아들에게 보여주는 가계

 

p.211
백성을 생각하던 다산의 마음을 '애민정신'이라 말하지만 그 바탕에는 모든 사람과 더불어 '함께' 살아가기 원했던 다산의 너른 마음이 깃들어 있다. 계급을 나누어 잘 사는 사람과 못 사는 사람의 경계를 세우고 '내 것'과 '네 것'을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생명을 가진 똑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함께 살기를 원했던 것이다.

 

 

p.254
다산이 말한 용서는 다른 사람의 죄를 사하는 것만이 아니었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고 그 마음을 헤아려 이해하는 것까지를 포함했다. 내가 남에게 바라는 것을 먼저 생각해서 베푸는 마음이 다산이 생각한 용서였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