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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 - 시와 글, 책, 영상

P온라인 독서모임 13기 (1) - 사순절에 읽는 토빗 이야기

 

사순절에 읽는 토빗 이야기 (천사와 함께 걷는 희망의 길)
지은이 : 안드레아 슈바르츠
현대일 옮김


몇 년 전 엘리야와 함께 걷는 40일을 읽고, 이 책을 장바구니에 담아만 두었다가 이번 독서모임을 통해서 읽게 됐다. 앞에 책은 직장을 옮기기 전 불안하고 지친 상태로 책을 만났다면, 토빗 이야기는 번아웃 상황에 만났다. 연초부터 나의 주변을 정리하며, 그동안의 사회생활을 돌아보고 있다. 나를 잃어버린게 뭔지, 이곳에서 뭘 더 할 수 있을까, 인연을 통해서 배려와 길을 걷게 해 주심에 감사하며 부담스럽다는 이유로 벽을 세우려는 모습도 인정했다. 너무 가라앉고, 무력감으로 힘들었는데 어쩌면 번아웃은 진정한 겸손을 배우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었다.
내려놓고, 지켜야 할 것. 남아있는 종양의 의미가 무엇이든, 줄어든 공간만큼 지금의 공허와 침묵의 시간도 견디어 내고 싶다.

 



p.21~22
우리는 일자리가 있는 곳으로 이사를 다닙니다. 친아버지뿐 아니라 새아버지까지 있는 사회, 모든 것이 뒤죽박죽인 조각보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예전처럼 어떤 필연성에 의해서가 아니라, 우연에 의해 새로이 어떻게든 끼워 맞춰지는 사회에 살고 있는 것입니다. (...) 우리는 더 이상 다른 것에 의해 규정되지 않고, 우리 자아 또한 예전처럼 외부에 의해 규정되지 않습니다. 우리는 자신을 스스로 규정지어야 합니다. 물론 그에 따른 장단점이 있습니다.
길을 떠나기 위해서는 내가 지금 도대체 어디에 있는지 알아야 합니다. 내가 내 위치를 모른다면, 어떤 좋은 지도도 소용이 없습니다. (...) 나는 누구인가? 그리고 나는 지금 도대체 어디에 있는가?

p28.
"한스 쿠르트 플레밍 Hans Curt Flemming은 자신의 글 <발화원發火源>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무엇을 변화시키는 이유는 오직 한 가지밖에 없다. 그것은 바로 당신이 그것을 더 이상 견디어 내지 못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추방당하는 것은 새로운 시작을 위해 때로는 꼭 필요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p.73
열려 있는 자는 분명 그 길 위에서 천사를 만나게 됩니다. 천사는 하느님의 신부름꾼, 중재자, 통역자, 신비로운 힘입니다.

p.99
베네딕토 16세 교황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천사는 (...) 말하자면 하느님께서 나를 향해 보내주시는 개별적 관심이다. 이렇게 천사를 통해 나와 하느님이 개인적으로 연결되고, 따라서 천사는 하느님께서 나를 무척이나 걱정하고 계시다는 직접적 표현인 것이다." 마르틴 루터는 "어떤 사람을 위해 기도한다는 것은 천사를 그에게 보내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사실을 믿을 수도 있고, 믿지 않을 수도 있지만, 믿는다면 아마도 상당히 편안해질 것입니다.

p.116
피상적 대화, 다시 말해 소소하고 꼭 필요하지 않은 대화도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내 삶의 심연을 만나는 모든 사람과 일일이 나눌 수는 없겠지요. 그러나 내게 중요한 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려 한다면, 나는 나 자신을 열어야 하고 드러내야 합니다. 진실로 내면 깊은 곳으로 가기 위해서는 나 자신을 '우리' 또는 '사람들'속에 숨겨서는 안 되고, '나'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p.160
치유는 토빗의 경우처럼 종종 고통을 수반합니다. 또한 어떤 역할에서 다른 역할로 넘어감, 어떤 삶의 상황에서 다른 삶으로 넘어감은 때로 어두움이나 고통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달리 보면 고통은 종종 내 삶에서 바로 앞에 닥친, 기필코 넘어야만 하는 무엇인가를 나타내기도 합니다. 마치 병이, 또한 내 삶이 존재한다는 소식이기도 한 것처럼.

p.174
그러나 각각 하느님과의 관계에서 일종의 은밀함이 있는데, 이것은 지켜져야 합니다. 이는 우리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하느님의 신비'입니다. 우리는 하느님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때로는 하느님에 대해 침묵하면서 그분의 '신비'를 지켜야 할 때도 있습니다. 이 신비는 존중되어야 하는 것인지, 인간이 풀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하느님의 비밀을 풀려고 한다면, 이는 마치 '마법을 푸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우리는 하느님의 신비를 우리의 현실로 끌어들여 올 텐데, 그렇게 한다면 신비는 매우 작아지고 초라하게 될 것입니다.

p.175
그리고 이 보상은 하느님의 신비에 함께 참여하는 것입니다.

p.177
죄란 바로 나 자신의 삶을 살지 않은 것입니다.

P.189
'이미 와 아직 사이'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너무 빨리 서둘러 채워져서는 안 되는 공허와 침묵이 필요합니다. 이렇게 공허와 침묵을 충분히 견디어 낼 때 비로소 넘어감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p.190
자신에게 일어난 모든 것을 기록하십시오. 내가 받은 인상이 밖으로 표현될 수 있도록, 무엇이 일어났던가를 기억하고 당시의 느낌과 생각을 기억할 수 있도록. (...) 이것이 아마 오늘의 초대일 것입니다. 성토요일은 청소하고 '부활 성찬을 위해 미리 음식을 장만하는' 날이 아니라, 넘어감의 날로 지내야 합니다. 무엇인가를 쓰든, 무엇인가를 듣든, 음악을 함께 연주하든, 산책을 하든 상관없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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