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작은 기도대에 있는 프라 안젤리코(Fra Angelico)의 성모 영보 액자.
(성모 영보: 가브리엘 천사가 성모 마리아에게 나타나 성령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잉태할 것이라고 전하고, 성모님은 이에 순명하셨다.) 오래된 액자로, 아끼는 것 중에 하나이다. :-)
인연이 된 건 초등학생 시절 첫영성체 때. 5월 31일, 성모 성월이었다.
함께 첫영성체를 받은 언니(가족)와 난 그날 액자 선물을 받았다. 언니는 아기 예수님을 안고 있는 성모님이었고, 나는 지금 기도대에 있는 성모 영보 액자를 선물 받았다.
포장을 뜯고 액자를 보자마자 와 천사다! 하면서 마음에 들어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뭘 뜻하는지도 모르고 천사가 있으니 그저 좋아가지고ㅎ) 어릴 적 기억이 좀 많다. 가끔 가족들에게 옛날 얘기를 하면 그걸 기억하냐고 ^^; 그런다.
프라 안젤리코의 깊은 신심에 대한 글을 읽었다. 인품을 뜻하는 이름의 의미도.
몇 백 년 전에 그려졌지만 여전히 많은 분들에게 울림을 주고, 얼마나 깨끗한 마음이 이 그림을 그리게 된 걸까.
가브리엘 천사를 통해 전해진 하느님의 뜻과 성모님 내면의 만남.
한 번은 기도 중에 조마조마한 적이 있었다. 그림에서 느껴지는 성모님의 침착함이 내게도 전해졌다.
성모님은 어린 나이에 하느님의 큰 뜻에 순명하셨다
물음이 던져진다.
제게 바라시는 삶은 무엇인가요?
제 자신에 대해 무엇을 알아야 할까요?
내가 바라는 건?
기도를 하기 전에 늘 나의 하느님께 문구를 머릿속에 떠올린다. 나눔에서도 얘기한 적이 있는데 (지금은 짤막하게) 나의 지향보다 하느님의 뜻을 먼저 생각하기 위해서다. 성모님처럼 하느님의 뜻에 잘 응답하며 살아가고 있는 건지.
...
오랜 시간이 지나서 긁히고 벗겨지고 낡았지만 안에 담긴 성모님의 겸손과 프라 안젤리코의 순수한 마음은 변함이 없다.
나도 그럴 수 있을까. ㅇ_ㅇ! 산 마르코 수도원에 이 그림을 볼 수 있는데 이탈리아에 가면 아녜스 성당 다음으로 꼭 가보고 싶은 곳이다.
하느님을 잊지 않고
나를 잃지 않고
있는 그대로, 포장하거나 감추지 않고
끊임없이 질문하며 답을 찾아갈 수 있기를 청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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