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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소소하지만 아름다운 일상

LISBOA - 다시 CRISTO REI로 (1/26, 2020)

Belém

Mosteiro dos Jerónimos에서의 주일 미사 

 

이른 아침 알마다 주변을 걷고 숙소로 돌아와 주인집 분들과 아침 인사를 하고, 마트에서 산 초콜릿을 드렸다. (마트를 다녀올 일이 생겼었다. -_- )  다시 나갈 준비를 하고 리스본 벨렘 지구로 향했다. 숙소에서  Cacilhas까지 걸어 내려와서 배를 타고 리스본 시내로 나갔다.  한 번 걸어봤다고ㅎ 지도를 보지 않아도 잘 찾아갔다. 리스본은 언덕과 사이사이 골목이긴 하지만 다 연결되어 있다. 배 타는 거 좋다. 재미있어! 현지인 된 것 같은 기분.

 

 

Cais do Sodré 역에서 Belém 지구까지 기차로 두 정거장 밖에 안된다. 가깝다. 계획상 포르투갈 일정은 Cristo Rei 까지여서 나머지는 그저 발 길 닿는 대로 다녀보기로 했다. 제로니무스 수도원은 죽기 전에 가봐야 할 명소라길래 오~ 나도 한 번 가봐야지 하며 찾아간 곳이다. 벨렘 역에서 수도원까지 걷기가 편하다. 리스본의 영광이 깃든 곳이라니 거리에 부유한 느낌이 들었다.

 

비수기라도 표를 끊고 기다리는 줄이 제법 길었다. 날씨가 겨울인데 햇빛이 쨍쨍해서 포르투갈에 온 이래로 처음으로 더웠다. 털 목도리하고 있었는데... ^^a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 말고는 내내 맑은 날씨여서 좋았다. ㅠㅠ 하느님 감사합니다. (급 고백)

 

털 목도리와 기다림의 끝에 들어간 산타 마리아 성당 (Igreja Santa Maria de Belém) 

기둥과 천장에 새겨진 문양들이 굉장히 정교하다! 상아색과 스테인드 글라우스의 조화가 아름답다. :-) 

성당에 들어가면 왼쪽엔 맘찢 예수님이 계신다. ㅠㅠ 유명 관광소답게 사람들이 많아서... 자꾸만 치인다. 그냥 나갈까? 얼른 둘러보고 다른 곳도 가보자 하며 앞쪽으로 이동하던 중에 꼬마 복사들이 제단의 초에 불을 켜고 있었다. 그리고 옆쪽 문에서 성가대 분들이 나왔다. 미사 준비를 하는 중이었다. 시간이 오후 1시였고, 이미 주일미사는 끝났을 줄 알았는데... 오~! 미사라니? 

신자가 아닌 분들은 성당을 나가기 시작했고, 바리케이드가 쳐진 좌석엔 신자분들로 채워지고 있었다. 

순간 다른 곳을 가는 것보다 미사에 또 참례하고 싶었다. 서있는 직원분에게 묵주를 보여주며 가톨릭 신자인 것과 미사 드릴 수 있게 들여보내 달라고 얘기했다. 그러자 Oh~ Yes! 하시며 바리케이드를 풀어주시고 신자석으로 들여보내 주셨다.  

성가대 석 뒤쪽으로 아직 보지 못했던 파티마 성모님이 보였다. 아니 근데... 또 왜  갑자기 울컥함이 올라왔다. 파티마에서와는 다른 감정으로. 나가고 싶던 마음은 어디로 가고 북받치는 건지.  눈을 감고 진정시켰는데 미사가 시작되면서 결국엔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옆에 계신 분께 방해가 될까 봐 안 들키려고 털 목도리와 (더웠는데 다시 역할을 하는) 앞머리로 가리며 소리 없이 훌쩍거렸다. 앞쪽 제단에서 미사를 집전하시는 신부님들과 귀여운 복사들, 십자가 아래 꽃, 오른쪽 옆에 성가대 분들의 성가와 뒤쪽으로 보이는 풍경, 신자분들과 다 함께 미사를 드리는 이 시간이 너무나도 행복했다. 울면은 지치고, 약해지는 거라고 여겼는데 오랜만에 기쁜 눈물을 흘린 것 같다.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이런 감정을 느끼게 될 줄 몰랐다. 

 

하느님의 어린양(Agnus Dei)

 

 


Alfama , Baixa Uptown

 

리스본 하면 떠오르는 28번 트램. 역시 귀여웠다.ㅎ 가파른 골목, 계단 사이사이로 채워진 아줄레주로 된 집과 벽, 예쁜 색채들, 전철로 단지 몇 정거장 차이로 부유함과 이곳의 삶. 친근하다가도 한편으론 쓰러질듯한 오래된 건물에서의 삶

그리고 이곳을 향해서 팔을 벌리고 계신 예수님. 

 

 

 

리스본 대성당은 처음 주일미사를 참례하려고 계획했던 곳이다. 장미 문양의 창이 있는 곳. :-) 

장미 빛이 가득한 성전에서 파티마 성모님의 얼굴과 발아래에 놓인 꽃을 바라보며 고마움과 묵주를 잡고 생각했다.

 

그리고

리스본 대성당을 나와선 바로 Cristo Rei로  향했다. 

나의 마음을 고백할 그분께로 가야 했다. :-) 가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코메르시우 광장을 지나가다가 본 버스킹이 다시 알마다로 가는 나에게 그동안 고생했다고 ^^;  전해주는 것 같았다. 

 

 

 

햇살이 들어오는 익숙한 배를 타고(총 4번 탐ㅎ) 창문을 바라보며 Cristo Rei에 도착하면 나의 마음과 감사한 것, 이것저것 드릴 얘기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누군가 앞에서 나를 툭툭 건드리더니 핸드폰을 내밀었다. 

또? 깜짝 놀라서 얼굴 한 번 보고 내민 핸드폰을 바라봤더니 구글로 번역된 내용이 중국어였다. -_- 아이팟을 귀에 꽂고 있었고 나와 비슷한 나이 때의 청년 같았다. 이건 또 뭔가 싶어서 한국인이라고 얘기했더니  Korean? 하고 미소 한 번 짓고 한국어로 된 번역으로 다시 핸드폰을 내밀었다.

 

" 당신은 매우 아름답습니다. 사진 한 장 찍어도 될까요?

 

순간 사진 찍고 뭘 요구하려는 건가? 뭐지?라는 표정으로 바라보는데, 신경 쓰지 말고 방금 그대로 창문을 계속 보란다. (어떻게 신경을 안 쓰냐고...) 그러더니 사진을 찍고 보여줬다. 거의 알마다에 도착할 쯤이었다. 이름을 물어보길래 나의 세례명을 얘기했고, 본인 이름은 잭슨이라고 했다. 메일로 사진을 받았다. 반대쪽의 앉아있는 노부부께서 미소를 지으며 쳐다보는  (좋을 때다~^^; ) 눈빛과 지금 상황이 나쁘지는 않은 것 같았다. 내리기 전에 한번 더 

" You are very beautiful "이라고 말해줬고, 나는 고맙다고 했다.
배에서 내린 잭슨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시크하게 본인 갈 길을 갔다. 

 

 

그리고 난 버스를 타고 Cristo Rei에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