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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께/생명의 말씀

2021. 02. 14 주일 말씀 일기

"스승님께서는 하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이 하실 수 있습니다." (마르 1,40)

관계 안에서 살다 보니 나의 병명을 꺼내야 할 때가 있었다. 관심을 받고자 말한 것도 아니고, 더 안 좋은 상황과 아픈 분들을 늘 보고 들으며 살고 있는지라 머리로는 알겠는데 말과 시선이 마음에 화살이 꽂혔다.

두려웠고, 이게 뭔가 싶었지만, 처음 병명을 진단받았을 때부터 지금까지 주님께 드리는 기도는 같다. 원치 않는 말을 듣는다고 해서 누군가를, 처한 상황에 하느님을 원망하고 싶은 마음은 더더욱 없다. 또한 스스로 알아채지 못하는 순간에 판단하고, 상처를 주지 않았냐는 물음에 나는 없었다고 말할 수 없다.

나병환자와 예수님의 마음을 생각하고 나니 아주 조금은 알 것 같기도 하다. 예수님께서 그에게 느낀 가엾은 마음이 병든 몸과 사회적 죄인으로 찍힌 마음의 고통뿐만 아니라, 인간들이 스스로 만든 굴레와 낙인이, 서로 상처를 주고받는 모습이 얼마나 안타깝고 아프셨을까.

"내가 하고자 하니 깨끗하게 되어라." (마르 1, 41) 그의 표현대로 말씀 주시는 예수님의 이 마음을 믿었기에, 이 마음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는 걸 알았기에 그는 주님께 담담하면서도 대담하게 나아갔으리라.

두근 두근대는 두통은 주님을 더 기억하고 나의 마음을 더 온전하게 이끌어 주신다는 것을 믿는다. 종양은 그분의 또 다른 은총임을. 

지금 이 자리에 있음에 그리고 걱정해주시는 분들께도 늘 고맙습니다.

그러니까 나를 (마음을) 깨끗하게 하시고자 하시니 담담하게 나아가자. 나를 돌아보되 그분을 믿으며 용기 있게 함께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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