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이란 모름지기 목적 없이 슬렁슬렁 거니는 것이라고 여기지만, 이 무렵의 산책만은 다르다. 분명한 목적이 있다. 바로 '봄을 찾기'.
(...) 보려 하는 사람만이 보게 되는 자그만 봄의 단서들. 겹겹이 오므린 꽃송이나 새싹은 실제로 여러 번 접힌 쪽지를 닮아 있어 더 반갑다. (19-20%)
제철 풍경을 누리기 위해 일부러 시간을 내서 걷고 틈틈이 행복해지는 일, 네 번째 절기 춘분을 지나며 올해들어 네 번째로 생각했다. 아, 내가 이래서 이 계절 좋아하지. 그렇다면 아직까지는 잘 살고 있는 셈이다. (21%)
아직은 꽃과 잎이 무성해지기 전, 느릿느릿 걸으며 눈여겨보아야 하는 이맘때의 산책이 왜그리 좋은 걸까 생각해보면, 그건 꼭 모르는 이의 블로그 일기를 볼 때와 비슷해서인 것 같다. 누군가가 하루하루를 어떻게 쌓아올리고 있는지, 어떤 고단함에 무릎이 꺾이고 어떤 즐거움에 혼자 웃는지 지켜보는 것만으로 힘을 얻을 때처럼. 자연의 작디작은 것들이 각자 써 내려가는 오늘 치의 일기를 보는 기분이다.
돌멩이를 밀어 올리려 애쓰는 새싹과 찬바람에 파르르 떠는 산수유 노란 꽃, 물가에 시린 발을 담근 채 연둣빛 꽃을 틔우고 있는 버드나무...... . 그 사이에서 나도 봄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씩씩하게 지낼 힘을 얻게 된다. 나 역시 봄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씩씩하게 지낼 힘을 얻게 된다. 나 역시 봄의 장면을 이루는 일부분이라는 걸, 때에 맞춰 해야 할 일이 있는 존재라는 걸 알게 된다.
더 나아져야 한다고 끊임없이 다그치는 인간 세상과 달리, 자연은 나무라지도 채근하지도 않는다. 나무가 나무로 살고, 새가 새로 살듯 나는 나로 살면 된다는 걸 알게 할 뿐. 세상에 풀처럼 돋아났으니 다만 철따라 한 해를 사는 것. 봄에 새순 같은 희망을 내어 여름에 키우고, 가을에 거두며, 겨울엔 이듬해를 준비하는 게 자연스러운 한해살이다. (23%)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을 땐 큰 질문은 쪼개서 작은 질문으로, 큰 시간은 쪼개서 작은 시간으로. 1년이 막막하다면 다만 봄의 하루를 성실하게. (23%)
제철숙제 : 산책하며 풍경 찍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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