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빨리 가거나 뒤처지는 사람 없이, 보이지 않는 계절의 선을 나란히 넘어오며 "오늘이 입춘이래" 하는 말을 나눌 수 있어서 좋다. (7%)
내게 입절기는 늘 '배웅'과 '마중'의 시간이다. 입춘은 떠나는 겨울을 시간 들여 배웅하고, 다가오는 봄을 마중 나갈 때라고 알려준다. 미루다 놓친 겨울의 즐거움이 있다면 이참에 챙겨두라고 눈을 내려주기도 하고, 이른 꽃 소식을 통해 봄엔 어떤 즐거움들을 통과하고 싶은지 묻기도 하면서 (8%)
절기의 풍속은 겉을 따라 할 때가 아니라 그렇게 행한 마음을 헤아릴 때에 의미 있는 법이니까. (10%)
다양한 입춘의 풍속 중 정작 내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따로 있다. '적선공덕행積善功德行', 입춘 전날 밤에 남몰래 다른 사람을 위해 좋은 일을 하던 풍속을 말한다. 그렇게 하면 한 해 동안 나쁜 일을 면할 수 있다 믿었다고. 방점은 '남몰래'에 찍혀 있었다. 밤을 틈타 사람들이 자주 다니는 냇물에 징검다리를 놓기도 하고, 눈길을 깨끗하게 쓸기도 하고, 아픈 사람 집 앞에 약을 지어다 놓는 등의 일을 했다. (10%)
좋은 행동을 먼저 하면 좋은 마음을 갖게 된다는 걸, 복이란 가만히 기도하여 받는 게 아니라 스스로 움직여 만들어내는 것임을(10%)
누군가에게 도움되길 바라며 궂은 일을 마다치 않을 때 그건 징검다리 모양을 한, 혹은 구불구불한 산길 모양을 한 입춘첩이 되지 않았을까. 동이 터오기 전에 집으로 돌아가는 걸음을 서둘렀을 그 사람 곁에 이미 '진짜 운'은 함께 걷고 있었을 것이다. 스스로 몸을 움직여 만들어낸 훈기가 그 밤 추위로부터 그를 지켰듯이, 마음에 품은 온기가 사는 내내 그 자신을 지켜줄 테니. (10%)
새로운 한 해의 시작을 앞두었던 옛사람들의 마음이 같은 방향을 가리켰다는 사실이 못내 좋다. 요행을 바라기보다 삶에 성의를 다하여 좋은 기분을 챙기고, 겨우내 언 마음을 스스로 녹이려 했던 사람들, 더 좋은 일이 생기기를. 더 나은 사람이 되기를, 기쁜 일이 찾아 오기를 ... ... 그 바람을 행동으로 옮기며 오지 않은 시간에 다시 한번 희망을 걸어보는 마음, 우리는 오랜 세월 미신이 아니라 그 마음을 물려받으며 살아가고 있는지 모른다. (10%)
가벼운 마음으로 읽은 책인데 오 생각한 것보다 더 좋다. :) 옛사람들이 절기를 맞이하며 해오던 풍속도 흥미 돋는다. 지난 절기 때는 한 해 동안 쓴 마음을 수리하고. 다듬고. 비우는 충전의 시간이었다면 입춘은 다시 희망을 걸어보는 시기인 건가.
오래전부터 물려받아온 마음이 참 미소 짓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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