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2월 17일 M로 방 안, 9일 감사기도 16일 차 영광의 신비
어제 올림픽 경기를 보고 나서, 자기 전에 아버지와 통화를 했다. 입원 당일 날 병원으로부터 오전 11시쯤 병실 확인 연락을 준다고 했단다. 네...? 수술이 바로 다음 날인데... 이러다가 미뤄지는 건 아닌지... 병동에서도 계속 확진자가 나오고 있다고 한다.
아버지는 수술이랑 치료를 기다리며, 약으로 버티고 있는 중이시다. 출혈은 조금 있고(지난 수술 후 지져놨기 때문) 갑자기 몸을 움직이거나, 자세를 바꿀 때 통증이 있으시다며 천천히 얘기 주셨다. 암을 진단받기 전에는 연락을 드리면, 아픈데도 없고 건강히 잘 지내고 있다며 대화를 이어갔는데, 이제는 주소를 잘 꺼내 주셔서 감사하다.
*주소 C/C (chief complaint)
2월에 또 큰일이 있었다. 외할머니께서 출혈이 멈추지 않아 응급실로 가셨다. (종양과 출혈 얘기만 나오면 가슴이 덜컹한다.) 외할머니는 10년 전 심장 판막 수술을 받으셨고, 지금까지 와파린을 복용 중이시다. 그 당시 사회 초년생이었던 언니와 나는 모아둔 월급을 수술비에 보태드렸다. 나이가 많으셔서 버틸 수 있는지 의문이었고, 길고도 위험이 큰 수술이었다. 인공 판막 유효기간이 10년으로, 올해 11년이 되었다. 교수님 면담 때 살아계신 게 기적이라고 하셨다.
응급실에 가던 날, 어머니는 많이 우시며 긴장하셨고, 언니와 나는 동맥이 터졌을까 봐 걱정으로 한 숨도 잘 수가 없었다. 외할머니와 어머니는 정말 애틋하다. 가난하고, 어려운 시대에 ㅇㅇ시장 바닥에서 외할머니 홀로 어머니를 키우셨다. 촉촉한 눈에서 그동안 세월과 자식을 잃은 슬픔이 고이 담겨있기에, 바라보고 있으면 숙연해지고 마음이 짠하다. 다행히 지금은 출혈이 멈췄고, 수혈 후 퇴원하신 다음 안정을 취하고 계신다.
외할머니와 아버지 걱정으로 마음고생이 많은 어머니를 위해서
아버지의 수술을 차분히 기다리며 약물치료까지 무사히 갈 수 있기를
외할머니께 기적을 베풀어 주신
주님께 감사드리며
진심으로 기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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