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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인연 因緣

성가정 축일 - 가족 이야기

 

 

사진 : 성탄 미사에 참례하지 못해서 구유를 못 보는 건가 싶었는데, 우리 성당 봉사자(헌화회) 분께서 사진을 공유해 주셨다.

 


 

올 한 해는 (20년 기준으로) 아버지와 통화를 자주 했다. 정년퇴임 후, 재작년 다른 곳에 일하는 데에서 강제 퇴직이 되셨고, 집에서 1년 넘게 지내셨다. 연초에는 건강검진으로 내가 살고 있는 곳에 올라오셨었는데, 단둘이 밥을 먹고 다시 고향으로 보내드리고 나서 많이 울었다. 연락을 드릴 때마다 짧거나, 긴 시간 대화를 나누었다.

며칠 전에는 드디어 새로운 직장에 다시 나가시게 되면서 목소리가 전보다 훨씬 생기가 느껴졌다. 적성과도 맞는 것 같아서 다행이다.  어제 통화에서 "요즘 성당 못 나가서 어떡하노?"라고 물어보셨다. 

 

어머니는 평일 저녁에 전화를 하거나, 톡으로 자주 주고받는다. 지금은 거리낌 없이 얘기를 꺼내지만 이렇게 되기까지 신앙적으로 가장 많이 부딪혔다.  성가정 축일을 맞이해서 부모님께 감사 드렸더니 예상했지만 다들 답이 없다. -_-; 전화 통화에서는 웃으셨다. 상황이 좀 웃긴 상황이었다.

부모님이 정말 행복하셨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행복에 나도 포함된다는 걸 알고 있다. 

 

성탄 전 날 집에 와서 피곤함에 잠든 시간에 오빠에게서 전화가 왔다. 성당에 가냐고 물어봤었고, 본인을 위해서 기도를 부탁했다. 내용이 어이가 없었지만 연휴를 챙겨주는 연락이니 고마웠고, 말씀과 함께 구유 사진을 공유했다. 한 번은 힘들었던 날  우연히 전화를 주었고, 내 목소리가 안 좋은 것을 눈치챘는지 무슨 일 있냐고 물어봤었다. 아무렇지 않은 척하고 꺼내지는 않았지만 그때도 가족의 존재를 느꼈다.

 

언니는 요즘 잔소리가 늘었다. 잘못하는 것도 없는데 -_-;  코로나 상황으로 출퇴근과 일하는 것 때문에 걱정이 되는가 보다. 교회에서 확진자가 나올 때마다 크게 걱정하고 강력하게 얘기했다. 차가우면서도 다정하다. 변하면서도 그대로다. 결혼을 하고 가정에 육아를 담당하니 조금 멀어졌지만, 내가 병 진단을 받았을 때 제일 먼저 연락을 하는 만큼 믿음이 크다. 언니의 눈빛이나 행동에서 어머니의 마음이 느껴질 때 신기하다. 조카가 정말이지 너무 사랑스럽다. 형부와 언니 사이에 애교가 많은 조카라니 희한하다.

 

나를 제외하고는 부모님, 오빠, 언니 모두 쉬는 교우다. 홀로 성당에 나간다고 했을 때 4명 모두 같은 말을 했다. 어릴 적 좋은 기억이 있다. 성탄 대축일 전야 미사 때( 그 당시에는 자정이 넘어가는 시간이었다.) 아버지 어깨에 기대어서 잠들었던 일, 자모회를 하시는 어머니가 뿌듯했고, 오빠와 함께 있는 친구들이 다 예쁘고 멋있어 보였다. 오빠에게 관심이 있던 언니들은 언니와(가족) 나에게 잘해줬다. ㅋㅋㅋ 나름 그때는 활동적이었고, 나서서 장기자랑도 곧 잘했다. 잘했다고 그렇게 믿고 있다.

 

암울하던 시간들이 있었지만 지금까지 왔고, 함께 미사를 드리지 못하더라도, 가정 안에서 가족과 신앙의 소중함 느끼고, 배우고 자랐기에 가족들에게 감사하다.

 

모두에게 늘 주님의 평화를 빕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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