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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께

De maio a outubro, de outubro a maio

작년 10월 첫째 주, 우리 성당 성모동산에서 작은 촛불을 봉헌하며 기도드렸다. 

막연한 곳이었고, 용기가 필요했다. 가고 싶었다. 비행기 표를 예약하는 순간에도 고민이 됐다. 가지 말까? 지금 아니면 언제 기회가 될까? 

걱정 반 기대 반으로 보내던 중에 요한 신부님과 통화를 하게 됐고, A 수녀님께 메일을 보낸 지 벌써 1년이 되었다. 

 

1월, 함께 순례를 한 그날에 나와 이라이스 자매님 말고도 어머니와 초등학생 두 아들이 있었다.  가족과 성지 순례라니 부럽다. :-)  형제는 복사를 한다고 들었다. 질문에 대답도 하다가, 멍 때리기도 하고, 잘 듣는 모습이 귀여웠다. 아이들 어머님이 장기간 여행으로 몸이 많이 고단하신 것 같았다. 가족분들 일정이 오전밖에 되지 않아서 수녀님께서 짧은 시간 안에 많은 걸 알려주시고자 열정적이셨고, 바쁘셨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것도 뭉클했다. 

시차 영향을 조금 받았지만 잠은 잘 잤다. 다음 날 새벽, 해가 뜨기 전에 숙소에서 나와 주변을 걸었다. 포르투갈 겨울 날씨는 비가 자주 내린단다. 다행히 내가 갔을 당시엔 추운 것 말고는 햇빛이 굉장히 좋았다.

떠나기까지 남은 시간을 좀 더 천천히 머물면서 눈과 마음에 담고 싶었다. 발현 경당까지 걸어가니 수녀님(타국) 몇 분께서 기도를  끝내시고 이동하셨다. 배낭을 메고 일찍이 이동하시는 분도 보였다. 다들 몇 시에 일어나신 거죠? 나도  아침형인데... 와 부지런하시다. ㅠㅠ    

조용한 가운데 혼자가 되고, 주머니에서 묵주를 꺼내 기도드렸다. 한국을 출국하기 전 날에도 이 시간은 꼭  가졌으면 했다.  

 

기도는 하느님과 대화라고 자주 들었고, 어떻게 말해야 할지 어려웠지만 질문을 받으면 나도 그렇게 대답했다. 공동체가 함께 드리는 기도와 혼자만의 기도 모두 소중함을 배웠다. 서로가 부족하고 소수일지라도 한 사람 한 사람 같은 마음으로 모이는 작은 기도의 기쁨과 누군가 나를 위해 기도해 준다는 것, 늦게나마 깨달았던 어머니의 따뜻한 품과 함께하시는 주님께 감사했다. 

십자가에서 시작해서 예수님의 생애를 묵상하고 다시 십자가로 끝나는 묵주기도가 우리가 걷는 순례의 과정이 아닐까 생각했다. 기도는 하느님께 속하는 시간이고 나에게 속하는 시간이다. 나 자신에게 머무는 시간이고 하느님께 마음을 여는 시간이다.  시간을 내야 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나에게 허락된 시간인 것 같았다. 곁에는 먼저 삶을 사셨던, 우리의 마음을 잘 아시는 어머니께서 같이 기도해 주셨다. 

일상에서 잠깐씩 드리는 기도도 소중해졌다. 아름다운 풍경에 감사하고, 새벽에 일어나 무사히 출근할 때, 식사 전 후 기도, 직장에서 기억하고 싶은 분을 뵈었을 때, 일이 어렵거나 잘 안 풀릴 때,  화가 나고^^;  힘들 때, 공부할 때,  보고 싶은 친구가 생각날 때도, 잠자리에 들기 전 감사기도 등... 하루를 지내는 사이사이 모두, 삶이 기도라고 여겨졌다. (누가 보면 열심히 기도하는 줄 알겠다...)

 

파티마에서 어떤 기도를 드릴지 미리 생각하지 않았다. 다 함께 묵주 기도를 드리던 날 밤, 옆에 있는 이라이스 자매님, 촛불을 들고 있는 순례자들을 바라보았다. 추위를 많이 타는 편이라 온종일 추위에 몸이 지쳤어도 마음은 따뜻했다. 서로가 처음 보는 인연이지만 어머니와 두 아들, 이라이스 자매님과 함께라서 가능했던 순간이 있었고, 세계 각지에서 온 순례객들이 다른 언어로 목소리를 맞추며 빛을 따라 기도가 모이는 순간에 함께 할 수 있어서 감사했다. 

 

이틀이 참 아쉬웠다.수녀님과 새로운 인연의 헤어짐도. 새벽 6시 발현 경당에 도착해서 아쉬운 마음을 먼저 내었다.  혼자 기도드리는 시간이 어색하진 않은데 정말 조용했다. 살짝 긴장되더라... 주님의 어머니께서 하느님의 뜻을 밝힌 이곳에, 묵주 한 알 한 알 고요함 속에  드렸던 기도, 마치고 나서도 잠시 동안의 침묵을 지나고 나서 알았다. 

성체 조배실로 가다가 두 수녀님을 다시 만났고 (반가워서  뛰어감^^; ) 이라이스 자매님도 묵주기도 모후 대성전에서 다시 만났다. 그렇게 오전 첫 미사를 세분과 함께 참례하게 되었다. :-)

 


5월부터 10까지 대 순례 기간이 끝났다. 어머니께서 13일마다 6번 발현하신 기간이다. 파티마 밤 9시 30분, 한국 시간으로는 다음날 새벽 5시 30분에 묵주기도를 봉헌한다. 시차가 있지만 함께 한다는 마음으로 기도드렸다. 13일과 주일 새벽에는 라이브 영상을 시청했다. 이른 시간에 일어나야 하는데 하루를 일찍 시작하니깐 괜찮았다. 새벽 출근이 이렇게 도움이 된다. ^^; 근무 시간이랑 겹치지도 않아서 다행이다. 

 10월 13일, 성당을 짓고 계속해서 묵주기도를 바치길 원하셨던 날, 작별 미사를 봉헌하며 지금까지 시간들이 필름처럼 지나가는 것 같았다. 디데이 날짜를 파티마에 간 날부터 세었지만 이미 그전부터 시작하고 있었던 것 같다. 내 기도가 부족하고, 많은 노력과 성찰이 필요한 사람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함께 걸어 주셨다.

 

사회에 발을 내디뎠을 때 나름 정한 마인드가 있었다. 일 하는 데 꾀부리지 않기, 동료들에게 도움이 되기, 그리고 의료를 상업적으로 보지 않는 것. 시간이 지나서 깨닫게 되는 것들이 있는데 연차가 쌓이고 문득 무엇을 위해 살아가고 있나? 잘 가고 있나? 의문이 들었다. 약간 갈증 같은 거였다. 그때 삶을 직업에만 국한되지 않고 인간, 사람으로 하느님께 향하는 시선을 배웠다. 

 

치료 위주의 임상, 의료가 행해지는 곳, 다양한 환자분들, 동료들 관계, 환자의 입장도 되었다.  그동안  짧지 않은 시간들 속에서 내린 작은 답이 있다.

 

포르투갈행 비행기표를 끊었던 1년이 지나, 다시 10월부터 5월까지 기간이 되었다. 레지오 기도문에서 그렇게 자주 외었는데 ^^;  다시 생각하게 된 어머니 티없으신 성심을 통해 예수님께로 향하는 마음,  하얀 장미 한송이를 건네는 봉헌의 삶.

 

기다림은 역시 기쁘고, 아름다운 거다. 내년 5월 마음 순례를 다시 기약하며, 침묵속의 기도와 하느님의 뜻에 좀 더 다가간 실천하고 있는 내가 되어 있기를.

 

(언젠가 다시 가게 됐을 때 목동들이 세례를 받고 루치아 수녀님께서 첫영성체를 받았던 성당도 가보고 싶고, 나자레와 주변의 순례자길(카미노)도 걸어보고 싶다. :-) )

 

 

Fatima 10.13 미사 , 유튜브

 

Nossa Senhora velou por ti ao longo do caminho desta peregrinação pelo coração que hoje atinge o seu destino. Que o silêncio que viveste ao longo destes dez dias se torne o respirar do teu coração em cada dia. Assim, serás capaz de um olhar contemplativo que te introduza sempre mais livre no mistério da vida e da história como acontecer misericordioso de Deus. Como ontem te pediu a compaixão, pede-te hoje Fátima: pratica a contemplação como lugar interior da esperança. Assim, serás mais filho, por isso mais fraterno – o caminho que este tempo da história pede como nome da esperança. Até sempre.

-Peregrino pelo coração / outubro de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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