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하느님께/생명의 말씀

인내로써 생명을 얻어라. (루카 21, 19)

2022년 11월 13일, 연중 제33주일

영원한 도움의 성모 Pr.  주회합 402차

M로 방 안

 

M로 사거리로 가는 길
잔머리 무슨일이야...

지난밤 비가 많이 내린 후 기온이 더 떨어졌다. 추위를 많이 타고, 기관지도 약해서 목도리를 했다. M로 사거리로 가는 길 낙엽이 제법 떨어졌다. 

 

야고보 동산 낙엽

폴리세나가 남기고 간 선물이 있다면 새로운 꽃집 인연이다. 플로리스트 분이 참 좋으시다. 문자로 꽃 이름도 알려주시고, 픽업 일정이 안 맞거나 혹 꽃을 준비해주시지 못할 때도(지금까지 딱 한 번 못해주셨다.) 미리 연락을 주셨다. 그동안 눈치 보고, 여기저기 쫓겨나서 이것마저도 어렵고 끝인 건가 싶었는데.... 친절하게 맞이해주셔서 마음이 정말 편하다. 

 

어머니 옆 장미소국과 촛불 맨드라미, 일치된 색깔이 좋았다.

 

내가 고르는 게 아닌, 방문했을 때 플로리스트 분께서 준비해 주시는 꽃을 받는 거라 오늘은 무슨 꽃일까? 기대가 되기도 하고, 비용을 지불하긴 하지만 뭔가... 주시는 대로 순명하는 것처럼 기쁘게 받게 된다. 오늘 꽃은 장미 소국과 촛불 맨드라미라고 한다. 촛불 맨드라미 라니... 이름이 예쁘다.

꽃말을 찾아봤다.

소국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촛불 맨드라미 "열정, 시들지 않는 사랑, 영생"이라고 한다. 

402차 주회합, 우리를 구원하시는 당신의 사랑을 기억하며 봉헌드릴 수 있기를 레지오 제대를 준비하며 생각했다.  

 

좀 더 머물고 싶기도 하고, 현실은 집값도 더 내야 하고, 나를 너무 힘들게 한 이곳을 떠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이사도 거의 확정이 되었다. 어느 순간부터 가족들이 모이는 초등부 미사가 쓸쓸하고, 나도 가족과 가까운 언니가 있는 곳에서 함께 지내고 싶었다. 겁을 내서 새로운 기회를 놓친 건지, 아직 시기가 아닌 건지, 아버지도 치료로 왔다 갔다 하시니 결국 무산이 되고 기운이 빠졌다. 지난 10월 마지막 주 S대학 병원에서 교수님을 만나고 MRI 촬영 일정이 미뤄지면서  또다시 주어진 인내의 시간이 답답했다. 외래 진료가 끝나고 집으로 걸어가는 길, 심한 피로감과 다음날부터 몸이 많이 아팠고 (혹시나 코로나 일수도 있으니) 11월 첫째 주는 결국 회합을 한 주 넘어갔다. 

 

무엇 때문에 인내를 하는 걸까. 내가 하고 싶었던 것을 못하는 것? 참고, 참지 말아야 할 잘못된 인내는 없었는가. 

세상살이의 어려움, 결코 일어나지 말아야 할 참사, 더 낮아진 자존감에 치료가 지치고, 속앓이에 몸이 아프더라도, 우리를 지켜주시는 그분의 사랑은 변하지 않는다.  

다른 것은 다 허물어지고 변하더라도, 함께하시는 당신을 믿으며, 아름다운 내면은 변하지 않을 수 있도록, 인내로써 잘 지켜갈 수 있도록

주님의 선물임을 받아들이고 봉헌하고자 했던 마음을 다시 잘 추스를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