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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 - 시와 글, 책, 영상

네가 느꼈던 순간의 느낌을 네가 느꼈던 순간의 느낌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기를 바란다. - 59p

 

텍스트 위로 당도하는 무엇. 그것을 기록하려 할 때 목소리는 비로소 탄생한다. 목소리는 의미가 아니라 의미의 '여백'을  통해 드러난다. - 3p

 

이전과 이후로 되살아나는 말이 있다. 세상이 고요하게 만나보았습니다. 중간에 끊어지는 거리로 나선다. 엄마와 구름은 흔들리지 않는다. 듣고 싶습니다. 더 많이 불러들이고 싶습니다. 더 많이 흔들리고 싶습니다. 십자가 높은 곳에서 흰빛이 흐른다. 누군가 낮은 곳에서 돌멩이처럼 엎드려 있다. 모든 것들이 두드러지고 있는 감탄사로 흐른다. 멀리 나아갑니다. 아직 시간이 남아 있다고 믿고 싶다. 귀를 기울여 듣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소리들이 있습니다.  - 동굴 속 어둠이 낯선 얼굴로 다가온다. 43p

 

 

네가 느꼈던 순간의 느낌을 네가 느꼈던 순간의 느낌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기를 바란다. - 59p

 

 

드러내기와 감추기의 연속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로로 긴 형태의 줄글로 되돌아오는 거짓말이 있다. 거짓말 속에서 묘사되는 장면은 논리적인 설명을 비껴간다. 눈길을 끌었던 구절을 종이에 옮겨 적는다. - 69p

 

 

길가 작은 웅덩이 위로 몇 줄의 기름띠가 흐르고 있었다. 몇 줄의 기름띠 위로 작은 무지개가 흐르고 있었다. 한 방울 두 방울 번지고 있었다. 한 장면 두 장면 이어지고 있었다. 또 다른 세계의 입구가 열리고 있었다. 멈추고 싶은 곳에서 멈추면 됩니다. 끝나는 곳에서 다시 시작하면 됩니다. 반복되는 질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80p

 

세상의 모든 것들은 환한 빛을 필요로 합니다. 시간과 함께 둥글게 깎이고 있는 돌을 본다. 당신을 만나는 심정으로 돌을 만난다. - 82p

 

자신의 존재 가치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유려해 보이는 모습 뒤에 숨겨진 어눌한 마음을 고백한다. 거리를 두고 보면 가면의 뒤쪽도 발견하게 됩니다. 실용적인 문장을 중간중간 덧붙인다. 허상을 다루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한다. 압축된 마음에 다가갈 수 있습니까. - 85p

 

자연스러움만을 간직한 채로 늙고 싶습니다. 상상 속에서 재현되는 장면들을 과거라고 부릅니다. 깊이와 넓이를 제대로 감각하는 법을 교육받았습니다. 본질을 이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사람은 결국 자기 자신으로 끝나기 때문입니다. - 86p

 

빛 없이 죽어 있는 얼굴이 도처에 가득하다. 우리를 압도하고 있는 이 빛은 무엇인가. 꿈꾸던 얼굴을 갖고 싶어 거짓말의 형식을 차용한다. 무엇을 먹고 무엇을 입고 무엇을 듣고 무엇을 묻고 무엇을 춤춥니까. 그림자는 빛의 농도에 의해 질감과 명암을 달리한다. 숨겨두었던 말을 꺼낸 이유는 경계를 넘어가고 싶기 때문입니다. - 89p

 

지금 이 순간 살아 있는지 묻고 있는 것은 오래전 꽃의 향기를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 90p

당신을 울게 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당신을 떨리게 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당신을 달리게 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여백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가능성으로 무한히 출렁입니다. - 90p

 

자신을 태우면서 빛을 내는 것이 있다. 순간순간 기억을 흘려보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 91p

 

깊은 바닥으로 가라앉아도 괜찮습니다. 죽어가는 방식으로 피어나는 꽃을 건네준다. - 92p

떠오르기를 기다려 만나게 되는 장면은 오래 전 어머니의 뒷모습이다. 한 발 한 발 하루하루씩 살아가라고 말하며 응답을 기다리는 내면의 목소리다. 사라지는 모든 것들을 축복하기로 합니다. 시간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쌓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 92p

 

자신을 온전히 드러낸다는 것은 자신의 불완전함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뜻이니까. 내 곁의 사람들은 내가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인 동시에 내가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기도 하지. 그들과 나는 서로 다른 색깔의 옷을 입고 있어. 우리는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갖고 있지. - 126p

 

사람은 미안함 때문에, 부끄러움 때문에.

죽 을 수 도 있 습 니 다. 죽 기 도 합니다.

 

같은 곳에서 자꾸만 틀리고

틀린 곳에서부터 다시 나아가는

 

틀리면서 나아가는 것은 마음만이 아니어서

 

연습곡의 마디마디를 열고

 

음표를 낭비하고 종이를 낭비하고 감정을 낭비하고

 

너는너를있는그대로의너로느끼며보다더많이사랑하고아낄수도있었다. - 254p

 

 

뒤늦게 알게 되는 사랑 때문에 문득 울게 될 때까지. 이미 찢겼지만 다시 찢겨야만 하는 표정이 있었다. - 272p

 

 

모든 것은 모든 것 속에 모든 것을 품고 있습니다. 결국 변하지 않는 것은 언덕 저 너머에서 불어오면서 흩어지고 있는 어떤 목소리 뿐인지도 모른다고 나는 느낍니다. - 279p

 

오만함이란 낮은 자존을 드러내는 것과 다름 없다는 것을 깨닫는 데 아주 오랜 세월이 걸렸습니다. - 303p